애플의 아이폰 구독 모델은 성공하기 어려울 거 같다

애플이 자사 하드웨어 제품을 임대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고 최신형 아이폰을 사용하는 방식이죠. 하드웨어의 구독형 모델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용은 월 4만2000원 정도로 형성될 거 같습니다.

왜 구독형으로?

애플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그것이 사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겠죠. 구독 모델은 현금흐름상 매력적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를 구독형으로 전환하며 드라마틱한 실적 성장을 이룬 바 있습니다. 어도비, 오피스 등. 구독 모델은 IT 서비스 업계에서 검증된 방법이 됐습니다.

 

구독 모델은 구독자가 떠나지 못하게 하는 락인(Lock in) 효과도 있습니다. 별 문제가 없다면 계속 쓰던 제품을 쓰게 됩니다. 제품을 바꿀 주기가 오면 “이번엔 다른 회사 꺼를 써볼까?”라는 고민을 잘 안 하게 됩니다.

애플
애플

애플의 하드웨어 구독 모델, 과연?

애플이 추진하는 구독 모델은 성공 사례가 많은 서비스 구독과는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구독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의 수명 주기, 중고 매매 등 변수들이 있습니다.

1. 소프트웨어 제품과 스마트폰의 차이

소프트웨어 구독과 스마트폰의 구독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필요에 따라 잠깐 써보고 안 쓸 수도 있는 제품입니다. 포토샵을 배워보고 싶으면 월 요금을 내고 사용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구독을 해지하면 됩니다. 오히려 초기에 적은 금액으로 부담 없이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에 큰돈을 내는 것보다 구독하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더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어차피 계속 쓰는 제품입니다. 휴대폰을 바꿨는데 생각보다 별로라 안 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3개월, 6개월 만에 다른 폰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아주 소수입니다. 즉, 한 번에 내든 나눠서 내든 최종적으로 더 저렴한 방식을 택하게 됩니다. 최근 알뜰폰 요금제 + 자급제폰 구매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소비자들이 최종 금액을 ‘계산’ 하고 똑똑하게 구매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젠 “내시던 요금 그대로 최신폰으로 교체 가능하세요”같은 조삼모사가 안 통하는 시기입니다. 

2. 늘어난 스마트폰 수명 주기

요즘 스마트폰은 어지간해서는 고장 나거나 느려지지 않습니다. 특히 애플 제품은 더욱 견고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먹고 오래 쓰면 3년은 거뜬하고 4년까지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매년 혁신적으로 발전하던 스마트폰 성능의 그래프 곡선도 차츰 완만해지고 있습니다. 2년 정도 썼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꼭 바꾸고 싶다는 욕망도 많이 줄었죠. 이런 고객들에게는 매월 요금을 지속적으로 내고 때 되면 제품을 바꾸는 구독 모델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을 거 같습니다. 

3. 활성화된 중고 시장

중고 시장 매매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구독형의 매력을 감소시킵니다. 이건 아이패드나 맥 등 태블릿, PC 제품과 좀 더 관련 깊은 부분이긴 합니다. 전자기기의 경우 소비자들이 새 제품을 사지 않고 좀 더 저렴하게 중고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애플의 하드웨어를 구독하게 되면 이런 옵션이 사라지는 단점이 있기에 구독 모델에 대한 저항이 있을 거 같습니다.

 

게다가 애플 제품은 1년 이상 사용하고 중고로 팔아도 가격 방어가 잘 되는 편입니다. 요즘 Z세대는 100만원 짜리 명품을 살 때 100만원이라고 생각 안 하고 20만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죠. 나중에 80만원 주고 다시 파는 것까지 계산하는 겁니다. 조금 어색한 비유일수도 있지만 애플 제품의 경우 비슷한 패턴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갑자기 아이폰4를 2년 넘게 쓰다가 휴대폰 매장에 20만원에 다시 되팔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꽤 충격이었죠. 이 고물을 그 가격에 사준다고? 하면서요.

그럼에도, 애플이라면?

그럼에도 애플이 하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견고한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태블릿-PC-시계-이어폰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호환성과 연동성을 구축했습니다. 한 번 빠지면 관련 제품을 모두 애플 생태계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괜히 앱등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닙니다. 여기에 애플 TV 등 OTT까지 붙이고 있죠.

 

단순히 스마트폰 하나가 아니라, 애플의 생태계를 구독하는 개념이라면 하드코어 이용자를 중심으로 가능성이 있을 거 같습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